
기후 위기 시대에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는 과거와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성과를 빠르게 내는 사람, 특정 기술 하나에 특화된 사람만으로는 반복되는 위기 상황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 전략이 생존과 회복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인재에 대한 기준 역시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 글은 기후 위기 시대에 기업이 실제로 요구하게 되는 인재상의 변화 방향을 구조적으로 살펴본다.
기후 위기 시대, 기업이 더 이상 원하지 않는 인재 유형
가장 먼저 변화하는 것은 기업이 더 이상 우선적으로 선호하지 않는 인재 유형이다. 과거에는 빠른 성과를 내고, 주어진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는 인재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기후 위기 시대에는 이러한 인재상이 오히려 조직의 리스크를 키우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단기 성과에만 집중하는 인재는 장기적인 위험 신호를 무시하거나, 문제를 다음 단계로 미루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분기 실적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기후 리스크가 누적되는 환경에서는 조직 전체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또한 자신의 전문 영역에만 책임을 한정하는 인재 역시 한계를 드러낸다. 기후 위기 대응은 부서 간, 직무 간 경계를 넘는 문제이기 때문에 “내 일만 잘하면 된다”는 태도는 대응 속도를 늦춘다. 조직 내 경쟁을 과도하게 조장하거나, 개인 성과를 위해 협업을 희생하는 인재 역시 기후 위기 시대에는 부정적으로 평가된다. 위기 상황에서는 내부 갈등이 곧 외부 리스크로 증폭되기 때문이다. 기업이 더 이상 원하지 않는 인재 유형의 공통점은 ‘리스크를 보지 못하는 사람’이다. 이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신의 성과 범위 밖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외면하는 태도를 말한다. 기후 위기 시대에는 이러한 태도가 조직 전체의 위험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숫자와 성과 지표만으로 판단하는 인재는 한계를 드러낸다. 단기 지표를 개선하기 위해 장기 리스크를 무시하거나, 문제를 다음 분기로 미루는 선택은 위기 환경에서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또한 지시된 업무만 수행하고, 예외 상황에 대한 판단을 회피하는 인재 역시 선호도가 낮아진다. 기후 위기 시대에는 매뉴얼이 없는 상황이 반복되며, 이때 판단을 미루는 태도는 곧 조직의 마비로 이어진다. 결과적으로 기업이 멀어지는 인재는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변화하는 위험을 자기 일로 인식하지 않는 사람이다.
기후 위기 시대에 기업이 새롭게 높이 평가하는 인재 역량
반대로 기업이 새롭게 높이 평가하는 역량은 문제 해결 능력 그 자체보다, 문제를 다루는 방식에 가깝다. 기후 위기 시대의 인재는 정답을 빠르게 찾는 사람보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판단을 유보하고 조정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들은 상황을 단편적으로 보지 않고, 비용·리스크·사람·시간을 함께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린다. 이는 기술적 전문성보다 맥락 이해 능력이 중요해졌음을 의미한다. 또한 이러한 인재들은 자신의 역할을 고정하지 않는다. 필요하다면 역할을 넓히고, 다른 부서와 협력하며, 새로운 문제를 학습 대상으로 받아들인다. 이는 다재다능함이 아니라, 변화에 적응하는 태도다. 커뮤니케이션 능력 역시 중요해진다. 기후 위기 대응은 이해관계자가 많은 영역이기 때문에, 갈등을 조정하고 공통의 기준을 만드는 능력이 조직의 회복력을 좌우한다. 결국 기업이 원하는 인재는 ‘잘하는 사람’보다 ‘흔들려도 버틸 수 있는 사람’에 가깝다. 기업이 새롭게 높이 평가하는 역량의 핵심은 판단의 깊이다. 정답을 알고 있는 사람보다, 정보가 불완전한 상황에서도 판단의 기준을 세울 수 있는 사람이 중요해진다. 이러한 인재들은 문제를 기술적으로만 보지 않는다. 비용, 인력, 일정, 조직 피로도까지 함께 고려하며, 완벽한 해법이 없을 때 차선의 선택을 빠르게 실행할 수 있다. 또한 이들은 자신의 전문성을 절대화하지 않는다. 필요하다면 자신의 판단을 수정하고, 다른 분야의 관점을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진다. 이는 전문성이 약하다는 뜻이 아니라, 전문성을 고립시키지 않는 태도다. 조직 내에서 이런 인재들은 눈에 띄는 스타보다 조정자에 가깝다. 그러나 위기 상황에서는 이 조정 능력이 조직의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역량으로 작동한다.
기후 위기 시대, 인재상 변화가 개인의 커리어에 주는 의미
이러한 인재상 변화는 개인의 커리어 전략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특정 기술 하나를 완벽하게 익히는 것만으로는 장기적인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대신 개인은 자신의 경험을 문제 해결 맥락 중심으로 재정리할 필요가 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했고, 어떤 조정을 통해 문제를 관리했는지가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된다. 또한 커리어는 하나의 직선 경로가 아니라, 여러 가능성을 연결하는 구조로 인식해야 한다. 이동과 전환을 실패로 보지 않는 태도는 기후 위기 시대에 중요한 경쟁력이 된다.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상이 변화한다는 것은 개인에게 더 많은 부담을 지운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개인의 다양한 경험과 조정 능력이 가치로 인정받을 수 있는 여지가 넓어졌다는 의미에 가깝다. 결국 기후 위기 시대의 인재상 변화는 기업과 개인 모두에게 하나의 메시지를 던진다. 빠르게 성장하는 사람보다, 오래 함께 갈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졌다는 메시지다. 이 변화는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기후 위기가 지속되는 한 계속해서 강화될 구조적 흐름이다. 인재상 변화는 개인에게 “더 많이 준비하라”는 요구라기보다, “다르게 준비하라”는 신호에 가깝다. 하나의 기술을 완성하는 것보다, 그 기술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은 자신의 경력을 결과 중심이 아니라 과정 중심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성공 사례뿐 아니라, 실패를 어떻게 관리했고 어떤 판단을 통해 방향을 조정했는지가 중요한 자산이 된다. 또한 커리어의 공백이나 이동은 더 이상 약점으로만 평가되지 않는다. 오히려 변화 속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 그 선택이 어떤 학습으로 이어졌는지가 평가의 기준이 된다. 기후 위기 시대의 커리어 안정성은 한 회사에 오래 머무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다른 환경에서도 다시 신뢰를 얻을 수 있는 판단력과 태도에서 나온다.